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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은 유전일까 환경일까? 과식을 부르는 유전자의 비밀

by healthcare369 2025. 10. 19.

식탐을 부르는 원인에 대한 주제글인데 유전 VS 환경을 비교한 글

"나는 왜 이렇게 먹는 걸 멈출 수 없을까?" "배가 부른데도 자꾸 손이 가는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식탐을 자책하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식사를 해도 어떤 사람은 금방 포만감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계속 먹고 싶어 합니다.

식탐의 원인을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습니다. "타고난 것이다", "환경이 만든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했지만, 최근 유전학과 뇌과학 연구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식탐은 유전과 환경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지는 현상이며,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더 강한 식욕과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식탐을 유발하는 주요 유전자들과 환경적 요인, 그리고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들을 알아보겠습니다.

🧬 FTO 유전자: 비만과 식욕의 마스터 스위치

식탐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유전자는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유전자입니다. 2007년 발견된 이 유전자는 비만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6%가 고위험 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1.7배

FTO 변이(AA형)를 가진 사람의 비만 위험 증가율

FTO 유전자의 특정 변이(AA형)를 가진 사람들은 정상 유전자(TT형)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평균 3~4kg 더 무겁고, 비만 위험이 1.7배 높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같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덜 느끼고,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 FTO 유전자의 작동 메커니즘

연구에 따르면 FTO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식사 후에도 그렐린(배고픔 호르몬) 수치가 높게 유지되어 계속 배고픔을 느낍니다. 뇌 영상 연구에서는 고칼로리 음식 사진을 볼 때 보상 중추가 더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 시상하부에서 주로 작용하여 식욕과 에너지 대사 조절
  • 에너지 부족 신호를 과도하게 전달
  • 실제로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어도 "더 먹어야 한다"고 느끼게 함
  •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보상 회로 과활성화

희망적인 소식: FTO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주 5회, 하루 30분 이상)을 하면 유전자의 영향이 5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요소입니다.

🎯 MC4R 유전자: 포만감 센서의 고장

MC4R(Melanocortin 4 Receptor) 유전자는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수용체를 만듭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배부르다"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과식으로 이어집니다.

MC4R 변이는 극심한 소아비만의 5~6%를 설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1~2%의 사람들이 이 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비정상적으로 강한 식욕을 보이며, 일반적인 다이어트로는 체중 조절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 MC4R 유전자 변이의 특징

  • 식사량이 일반인의 1.5~2배
  • 식사 직후에도 배고픔을 느낌
  •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에 대한 강한 선호
  • 어린 나이(3~5세)부터 과체중 시작
  •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에도 기초대사량 급격히 저하되어 체중 감량 어려움

최신 치료법: 최근에는 MC4R 경로를 타겟으로 하는 약물(세트멜라노타이드)이 개발되어,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식욕과 체중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식탐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임을 증명합니다.

⚖️ 렙틴과 렙틴 수용체: 포만감 호르몬의 반란

렙틴(Leptin)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뇌에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체지방이 증가하면 렙틴 분비도 증가하여 식욕이 감소해야 합니다. 그러나 렙틴 유전자 또는 렙틴 수용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렙틴 유전자 결핍은 매우 드물지만(전 세계 100명 이하), 그 효과는 극적입니다. 렙틴이 없는 아이들은 생후 몇 개월부터 멈추지 않는 식욕으로 인해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합니다. 이들에게 렙틴을 주사하면 식욕이 정상화되고 체중이 감소합니다.

🔴 렙틴 저항성: 더 흔한 문제

더 흔한 문제는 렙틴 저항성입니다. 비만인 사람들은 오히려 렙틴 수치가 매우 높지만, 뇌가 이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는 렙틴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졌거나, 렙틴이 뇌로 들어가는 통로(혈액-뇌 장벽)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렙틴 저항성을 유발하는 요인들:

  • 고과당 식이: 과당은 렙틴 신호 전달을 방해합니다
  • 만성 염증: 지방조직의 염증이 렙틴 수용체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 수면 부족: 하루 5시간 이하 수면 시 렙틴 민감도 15% 감소
  • 스트레스: 코르티솔이 렙틴 신호를 억제합니다

렙틴 저항성을 개선하려면 항염증 식단(오메가-3, 채소 중심),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단식 기간 확보(하루 12시간 이상 금식) 등이 도움이 됩니다.

🧠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 음식 중독의 유전적 배경

DRD2(Dopamine Receptor D2) 유전자는 뇌의 보상 회로에서 도파민 수용체를 만듭니다. 이 유전자의 특정 변이(A1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도파민 수용체가 30~40% 적어서, 같은 보상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합니다.

이는 음식, 특히 고당분·고지방 음식에 대한 중독성 섭취 패턴으로 이어집니다.

💡 DRD2 A1 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

  • 고칼로리 음식 섭취 시 보상 회로 활성도가 정상인의 60% 수준
  • 같은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이 먹어야 함
  • 비만 위험 1.5배 증가
  • 충동적 과식, 폭식 경향
  • 알코올·약물 중독 위험도 증가

보상 회로의 역설: DRD2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초콜릿, 피자, 아이스크림 같은 "고보상 음식"을 볼 때 뇌의 측좌핵(보상 중추)이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먹을 때는 예상보다 낮은 만족감을 느껴 더 많이 먹게 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흥미롭게도 새로운 경험, 운동, 음악, 사회적 유대 등 음식이 아닌 다른 보상 활동을 늘리면 DRD2 변이의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뇌의 보상 회로를 음식 외의 긍정적인 활동으로 채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 BDNF와 POMC: 뇌의 식욕 조절 네트워크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유전자는 뇌에서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단백질을 만듭니다. BDNF 변이(Val66Met)를 가진 사람들은 시상하부의 BDNF 수치가 낮아 식욕 조절이 어렵습니다.

BDNF는 POMC(Pro-opiomelanocortin)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데, POMC 신경세포는 식욕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BDNF가 부족하면 이 시스템이 약해져 과식으로 이어집니다. BDNF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비만 위험이 1.3배, 과식 경향이 높습니다.

✅ BDNF 수치를 자연적으로 높이는 방법

  • 유산소 운동: 주 3~4회 운동으로 BDNF 30~50% 증가
  • 오메가-3 섭취: 특히 DHA가 BDNF 생산 촉진
  • 충분한 수면: 깊은 수면 중 BDNF 분비
  • 간헐적 단식: 가벼운 에너지 스트레스가 BDNF 증가 유도
  • 커큐민, 녹차 추출물: 항산화 물질이 BDNF 보호

POMC 유전자: POMC 유전자 자체에 변이가 있는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POMC 결핍은 극심한 소아비만, 부신 기능 저하, 적색 모발 등을 동반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지만, 이 경우 의학적 개입이 필수적입니다.

🌍 환경의 힘: 후성유전학의 발견

유전자가 식탐에 영향을 주지만, 유전자가 전부는 아닙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 연구는 환경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즉, 같은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환경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태아기와 영아기의 결정적 시기

임신 중 산모의 영양 상태는 태아의 식욕 조절 유전자에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네덜란드 기근 연구는 이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1944~1945년 기근 중 임신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60년 후에도 비만율이 높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대사 프로그래밍: 기근에 노출된 태아는 "에너지 부족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향으로 유전자 발현이 변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태어난 후에는 음식이 풍부했기 때문에, 과도한 에너지 저장이 비만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반대로 임신 중 과영양 또한 문제입니다. 임신성 당뇨, 비만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렙틴 저항성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며, 어린 나이부터 식탐이 강합니다.

🍼 어린 시절 식습관의 각인 효과

생후 1,000일(임신~만 2세)은 대사 프로그래밍의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식습관은 평생의 식욕 패턴을 형성합니다:

  • 과도한 단맛 노출: 단맛 선호도 증가, 채소 거부
  • 불규칙한 식사: 식욕 호르몬 리듬 교란
  • 음식을 보상으로 사용: 도파민 보상 회로와 음식의 부적절한 연결
  • 강제 급식: 포만감 신호 무시하는 습관 형성
80%

2세 이전에 형성된 미각 선호가 평생 유지되는 비율

🏙️ 현대 환경: 식탐을 증폭시키는 조건들

현대 사회는 우리 조상이 진화한 환경과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 유전자는 식량 부족 환경에 적응했지만, 지금은 고칼로리 음식이 24시간 넘쳐납니다:

  • 초가공식품: 뇌의 보상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하도록 설계됨
  • 음식 광고: 하루 평균 30~50회 노출, 무의식적 욕구 자극
  • 큰 접시와 포장: 적정량 판단 능력 왜곡
  •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그렐린 증가, 렙틴 감소
  • 운동 부족: 도파민 수용체 감소, 보상 민감도 저하

유전자와 환경의 상승작용: 이런 환경은 식탐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치명적입니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비만 유발 환경에 노출되면, 그 영향이 2~3배 증폭됩니다.

📊 유전 vs 환경: 비율의 진실

그렇다면 식탐에서 유전과 환경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대규모 쌍둥이 연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60~70%

식욕과 식습관에서 유전이 차지하는 비율

🔍 연구 결과 상세 분석

  • 식욕과 식습관: 유전 60~70%, 환경 30~40%
  • BMI(체질량지수): 유전 40~70%, 환경 30~60%
  • 음식 선호도: 유전 50~60%, 환경 40~50%

즉, 식탐의 상당 부분은 유전적으로 결정되지만, 30~40%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전자는 "가능성"일 뿐 "운명"이 아닙니다. 같은 식탐 유전자를 가졌어도 환경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유전자-환경 상호작용: FTO 변이를 가진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비만 위험이 극대화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정상 유전자를 가진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위험이 감소합니다.

💪 식탐 유전자를 이기는 실천 전략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쁘더라도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다음 전략들은 유전적 식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환경 설계하기

  • 집에 고칼로리 간식 두지 않기: 의지력 소모를 최소화
  • 작은 접시 사용: 시각적 포만감 증가
  • 식사 전 물 2잔: 위 팽만으로 식욕 감소
  • 식료품점에 배고플 때 가지 않기: 충동 구매 방지

2. 단백질과 섬유질 우선

  • 식사의 30% 이상을 단백질로: 포만감 호르몬(GLP-1, PYY) 분비 촉진
  • 하루 25~30g 섬유질: 장내 세균이 단쇄지방산 생성 → 식욕 억제
  • 식사 시작은 채소와 단백질부터: 혈당 스파이크 방지

3. 규칙적인 식사 패턴

  • 하루 3끼, 같은 시간에: 식욕 호르몬 리듬 안정화
  • 간헐적 단식: 12~16시간 금식으로 렙틴 민감도 개선
  • 야식 금지: 밤에는 렙틴 신호가 약해짐

4. 운동과 활동

  • 주 150분 이상 중강도 운동: FTO 유전자 영향 50% 감소
  • 근력 운동 주 2~3회: 근육량 증가 → 대사율 증가
  • 비운동 활동 증가(NEAT): 서서 일하기, 계단 이용 등

5.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 7~8시간 수면: 그렐린 ↓, 렙틴 ↑
  • 명상, 요가: 코르티솔 감소 → 복부 비만 예방
  • 사회적 연결: 옥시토신이 식욕 억제 효과

6. 인지행동 전략

  • 배고픔 vs 식욕 구분: 진짜 배고픔인지 확인 (10분 기다리기)
  • 마음챙김 식사: 천천히, 음미하며 먹기
  • 음식 일기: 무의식적 섭취 패턴 파악
  • 트리거 음식 파악: 폭식을 유발하는 음식 피하기

7. 필요시 전문적 도움

  • 영양 상담: 개인 맞춤 식단 계획
  • 심리 상담: 감정적 과식 패턴 해결
  • 약물 치료: 심각한 경우 GLP-1 작용제 등 고려

핵심 원칙: 의지력에 의존하지 말고 환경을 설계하세요. 식탐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의지력은 제한된 자원입니다. 대신 자동으로 건강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세요.

마무리

식탐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FTO, MC4R, 렙틴, 도파민 수용체 등 다양한 유전자들이 우리의 식욕과 음식 선호도에 영향을 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식탐의 60~70%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더 강한 배고픔과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유전자가 전부는 아닙니다. 나머지 30~40%는 환경과 습관으로 결정되며, 올바른 전략을 사용하면 유전적 불리함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만으로도 FTO 유전자의 영향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희망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탓하지 않는 것입니다. 식탐이 강하다면, 그것은 당신의 뇌와 몸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의지력보다는 환경 설계과학적 전략에 집중하세요. 식탐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올바른 이해와 실천으로 건강한 체중과 음식과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식탐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작은 환경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오늘부터 하나씩 실천해보세요.